2분기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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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분기 회고를 쓰기 전엔 항상 이전에 썼던 글들을 쫙 읽는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썼던 ‘전역 후 1년 회고’는 정말 여러번 읽었다. 1년동안 열심히 달려왔다는 뿌듯함과 온갖 뽕에 가득차서 썼던 글이었다. 단순히 재미 외에도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참고를 하기위해 종종 찾아온다. 지금도 그때와는 별반 다를 건 없다. 내가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걸 여전히 자각하고 있고, 개강은 일년에 두번씩 매번 찾아온다.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매번 다음 분기를 기약하면서 이런거 해야지 - 하면서 글을 끝내고. 그 다음 분기 회고에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시작.

이번 글도 똑같다. 알고리즘 스터디는 하나가 파토났고, 개발자 글쓰기 소모임도 지금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스스로 약속했던 두둥에 관한 기술적인 글은 하나 올라오고 끝났고, 내 알고리즘 실력은 저번과 크게 다른건 없는것 같음. 그래도 무언간 계속 해왔으니까 열심히 적어봐야겠다.

개강했다

그리고 기숙사에 들어왔다. 졸업 전 마지막으로 제대로 개강하는 학기였을듯. 졸업하기 전에는 그래도 한번은 기숙사에 살아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결과적으론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대고 방학때와 다음학기에도 기숙사에 살게 될듯. 뭔가.. ‘마지막 학기다, 마지막 전공 시험이다’ 하면 괜히 의미부여하고 긴장되고 그럴줄 알았는데, 그런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학교 왜다니지’라는 말만 하루 열번씩 하고 다녔다. 제대로 듣는 수업은 소프트웨어공학 하나밖에 없으면서 근로하느라 매일 문헌관에서 하루종일 앉아있었다. 그냥 근로하러 학교 오는 느낌.

처음 근로 시작했을 땐, 그냥 내 공부 집중해서 하고 내 코딩 빡세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음. 물론 할수야 있었는데, 막상 가니까 그렇게 열심히는 안하더라. 환경의 문제라기엔 조용하고 일도 별로 안시키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주긴 했다. 그냥 내 문제였음. 에어팟을 못낀다는게 좀 컸다. MZ 아니랄까봐. 노래(특히 락)을 안들으면 코드가 잘 나오지 않는달까.

그럼 근로에 있는동안 무얼 했나. 티스토리 블로그 조회수 확인. 깃허브 피드 확인. 벨로그 트렌딩 정독. 눈물의 코딩파티라고 부르고 있는 자바스크립트 알고리즘 스터디. 오, 이건 나름 재밌었다. 파이썬으로 알고리즘을 반년 넘게 풀었는데도, 2주일 준비했던 자바스크립트 알고리즘 풀이가 훨신 익숙했다. 아무래도 ‘알고리즘 스터디’ 보다는 ‘코딩파티’라는 이름이 더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치만 눈물이 나는건 어쩔 수 없어. 어쨌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 외주를 시작했다

난 절대 안할거라고 생각했던 솝퀘 외주였음. 민준이에게 갑자기 걸려온 웹 어드민쪽 빵꾸났는데 할 생각있냐 라는 전화에 하겠다고 했음. 한달에 백만원이라는 (개꿀)돈과, 디테일따윈 전혀 신경 쓰지않아도 되는 남의 코드  어드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지보수하라고 받아 본 코드는 생각보다 더 처참했는데, 클래스형 컴포넌트가 프로덕션에서 돌아가고 있는건 실제로 처음봤다. 취업해서 실무 코드를 보더라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긴 하겠지. 다행인건, 그 코드에 반창고를 붙이는 일보단 아예 새로운 레포에서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더 많을거라는 것.

열심히 해봐야 얻을거 없는 외주다 보니까 코드 퀄리티 생각하지말고 빨리빨리 밀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고민 많이하게 되더라. 공부를 하면 할수록 타입스크립트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컴포넌트 하나 잘만들어서 어떻게든 꿀빨겠다고 으이구~

외주를 하면서 이걸로 돈을 벌 수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손가락과 vscode만으로 처음으로 번 돈이었다. 감회가 새로움. 하지만 돈 백만원으로 일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가치를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타입스크립트 스터디

넥스터즈 활동 후기에서 타입스크립트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타입을 쓰는데서 실력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번학기 중에서 가장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이펙티브 타입스크립트 책을 가지고 두달동안 정리를 해보았다.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고 내것으로 만들었다곤 할 순 없지만 ‘타입’ 자체에 대한 개념이 다시 잡은게 중요하다. 할당 가능한 값들의 집합으로 생각하기. 이게 매우 큰 차이라고 느낀다. 위의 단락에서 링크 걸었던 기록들도 타입스크립트 스터디의 영향이 무조건 있다.

책의 뒷 내용으로 갈수록 실무적인 내용이 많아 글로 정리할 필요는 못느껴서 세개정도로만. 이 외에 위의 단락에서 링크 걸었던 기록들도 타입스크립트 스터디의 영향이다.

학교에서 프론트 하는 사람을 찾기 정말 힘들다. GDSC 내에서 프론트엔드 밋업을 기획한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시작도 못했단다. 그런 와중에 같이 프론트 공부하는 사람들은 꽤 소중하다.

자기객관화

제일 어렵다! 이력서를 쓰는건 동아리 지원서를 쓰면서 느꼈던거랑은 전혀 달랐다. 차라리 ‘너에 대해 이런점이 궁금해!’ 라고 대놓고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선배 개발자들의 이력서들을 많이 읽어봤다. 다들 본인의 이런 점을 내세우는구나. 이런 노력을 해왔구나. 덩달아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어디에 강점이 있고, 무엇을 느꼈는가. 이런걸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최대한 많이 녹여내려고 했다. 꾸준히 블로그와 지원서를 통해 적었던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스락 공연을 준비하면서 불편함을 느꼈고,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두둥이라는 멋진 서비스를 만들었답니다. 그 과정에서 멋진 UX와 디자인을 고민하며 구현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경험이 있어요. 팀원들과 협업을 하면서 디자인시스템과 컴포넌트 설계의 중요성을 느꼈고, 그에 집중해서 공부를 해왔어요. 요즘은 특히 타입스크립트에 재미를 느껴 직접 적용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는걸 좋아해요. 실제로 어떤 글은 많은 개발자들이 꾸준히 찾아와주고 있답니다.

이렇게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개발자 한규진의 소개를 대표적으로 세줄로 뽑아보았다.

  • 주변에 있는 문제를 찾고 기술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즐거워합니다.
  • 더 나은 UX와 UI에 대해 고민하며, 디테일에 욕심이 있습니다.
  •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력서의 자기소개 챕터 아래에서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블로그 글이나 깃허브 내역을 통해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꾹꾹 눌러담았다.

그렇게 이력서를 준비했고, 네이버 신입공채와 당근마켓 썸머테크 인턴에 지원했다. 네이버는 코테 컷. 당근마켓에는 두개 팀에 지원해서, 그 중 하나에 서류합격했다. 떨어진 팀은 지원서 문항이 네개나 되었고, 붙은 팀은 문항이 짧게 하나 있었다. 문항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력서를 더 열심히 봐주셨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나름 좋은 이력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면접을 봤다

인턴이긴 하지만 큰 회사에서 처음으로 보는 면접이었다. 그리고 난 정말 찐따같은 면접자였다. 찐따 특 : 친구와 말싸움하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면 하지못했던말이 막 생각남. ‘아 그때 그렇게 말할걸!’, ‘그렇게 받아칠걸!’ 한바탕 뇌내망상 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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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조리있게 잘 대답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단순 기술 질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문이 모두 예상질문 안에서 나왔다. 준비를 해갔는데도 불구하고 정돈된 문장을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놓은 글을 보고 말하다 보면 더 어필하고 자랑하고 싶은 내용이 막 생각난다. 그래서 자꾸 말을 덧붙이다보면 문장이 구름처럼 불어나는 듯 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욕심이다.

기술 질문도 뭐 마찬가지다. 이건 내가 안일했다고 생각한다. 벨로그나 깃허브에서 돌아다니는 ‘프론트엔드 기술질문 리스트’에 있을 법한 질문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 분명히 마주쳤을텐데 ‘음~ 다 아는 내용이네’하고 그냥 넘어갔던게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래놓고 제대로 대답 못함. 바봉슨.

그날 받았던 질문들을 기억나는대로 메모해놓았고 계속 곱씹어보고 있다.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 자체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 단순히 이론 100%스러운 것들(실행컨텍스트가 뭔가요와 같은)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럴땐 어떻게 될까요’ 또는 ‘만약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동작할까요’와 같은 질문에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다음에 (어디서든) 주어진 면접 기회에는 조금 더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과는 아직 안나왔지만, 붙었든 떨어졌든 얻어가는게 많은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보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어느것에 강점이 있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당근 외에도 여러 다른 회사들의 공고를 살펴보았다. 프론트엔드 테스트 경험이라던지, 성능 최적화 경험이라던지. 혹은 인프라적인 내용일수도 있다. 실무에 가까운 내용일수록 부족했다. 취준 전까지 몇 안 남은 프로젝트 기회와 (붙는다면)인턴 기간동안 이런 부분들을 채워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비교적 여유로운 한 학기였다. 아이러니한건, 이전에 뒤지게 바빴을때가 종종 생각난다는 거다. 항상 어딘가에 몰입된 상태였던 것 같다. 사람을 움직이는건 무언가에 대한 몰입이거든. 그리고 이번 학기동안 두달 가까이 잔디를 방치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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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외주 레포를 감안하더라도, 작년 한해동안 2000개가 훌쩍 넘는 커밋수에 비교해보면 절반 즈음의 숫자다. 단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또 시작하고 많은 양의 피쳐를 쳐내는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폴더 구조 하나, 컴포넌트 설계 하나에 그만큼 고민을 오래하는 것. 어떻게 하면 초기 렌더링 속도를 줄일수 있을까 생각하는것. (혹은 그 이전에 면접이라도 볼 수 있게 알고리즘을 푸는것..)

사실 위엔 핑계다. 그냥 많이 논거다.

처음 두눈으로 본 넬은 너무 좋았다. 그 중에 최고는 주룩주룩 내렸던 비와 딱 맞았던 백색왜성. ‘초록비가 내리고’ 하는 가사와 함께 딱 바뀌는 초록색 조명이 너무나 완벽했다. 다음달에 있을 조휴일의 단독공연과 그 다음달에 있을 펜타포트가 너무나도 기대된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 락을 위해! 세상엔 향유할 예술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걸 같이 즐길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참 행복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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