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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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토스인슈어런스 개발 어시스턴트 공고가 올라왔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는 토스 Next 대규모 채용이 열렸고, 삼주 뒤에는 토스뱅크 채용이 열렸다. 당근 인턴에 떨어진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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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개발을 공부하면서 꽤나 친숙해졌고 영향을 많이 받은 회사였다. 토스 슬래시나 FEConf에서 토스 개발자들의 발표에서 들은 내용을 프로젝트에서 비슷하게 써먹어보기도 했고, 친구가 토스 개발자와 같이 하는 프로젝트의 코드를 자주 읽어보기도 했다. 직접적인 개발 관련한 지식 외에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Toss Sans나 토스 이모지를 자체적으로 디자인해 사용하는 것, 개발자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회사라는 사실이 정말 맘에 들었다.

결과적으론 세개 다 썼다. 처음 대학교 수시 원서를 쓸 때도 ‘여기는 가야한다’하는 학교에 교과, 종합, 논술 세 개를 다 박았다. 그 위로 적은 학교 세 군데를 전부 떨어지고 홍대에 입학했다. 지금까지 했던 선택 중에서 기억에 남는 선택 중 하나였다. 그 때 생각이 났다. 그만큼 가고 싶은 곳이랄까. 별도의 지원서 문항을 채울 필요는 없었다. 이력서와 나를 나타낼 수 있는 페이지만 제출하면 됐다. 기술 블로그 링크를 함께 넣었다.

이력서는 지난 분기 장렬히 떨어진 당근 인턴을 준비할때 열심히 써두었다. 이제와 느낀점을 말해보자면, 꾸준히 쓰는게 중요하다. 꾸준히 쓴다는건, 어딘가에 제출해야 할 일이 생겨서 며칠 자리 잡고 쓰는것이 아니라, 그냥 매일매일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하는것.. 매일 문장들을 새로 읽다보면 당연히 더 나은 문장과 내용으로 바뀌는것 같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히 피드백을 받아본적이 없다는건 아쉽다. 내 글을 스스로 봤을 때의 만족이지, 객관적으로 좋은 이력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거다.

인터뷰

6월 20일 토스인슈어런스 어시스턴트 지원서를 낸 후 2주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이에 올라와있던 공고도 내려가있었다. 다른 사람 뽑아놓고 나한테 말도 안해준 줄 알고 약간 서운했음. 그 사이에 토스 Next 챌린지를 지원했다. 며칠 뒤, 기다리던 토스인슈어런스 서류 합격 메일이 왔다. 과제 테스트 날짜가 잡혔다. 목요일이 토스인슈언스 과제였고 토요일이 Next 챌린지 과제였다.

토스인슈어런스의 과제는 정말 신선했다. 단순히 무언가 요구사항대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토인슈에 입사 후 해결해야하는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 과제들이었다. 내 강점이 나름 잘 들어나도록 제출했던 과제라고 생각했다.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서 자세히는 기록하지 못한다. 그리고 1주일동안 또 연락이 없다가 다음 전형인 인터뷰 안내 메일이 왔다. 과제 합격이란다.

인터뷰는 7월 17일 월요일 오전이었다. 상수역에 있는 조그만 스터디룸을 빌렸다. 당근 면접 탈락한 바로 그 방이었음. 한시간씩 두번의 인터뷰를 연속으로 봤다. 첫 타임은 직무 인터뷰였다. 틀에 박힌 말이지만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던 것 같다.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면접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다. 토스코어에서 프론트엔드 개발하고 계시는 조유성님이 직무인터뷰를 진행해주셨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난 건데, 올해 슬래시를 보며 가장 재밌게 보았던 영상의 주인공이었다. 반복되는 어드민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서 yaml과 비슷한 형식의 쉬운 코드를 자동으로 웹 코드로 변환해주는 아이디어였다. 백오피스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직무 면접에 딱 맞는 인터뷰어였다.

직무 인터뷰의 대부분은 내가 제출했던 과제 기반이었다. 내가 제출했던 답변에서 놓친 부분들은 힌트를 넌지시 알려주면서 다시 물어봐주시기도 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방금 말씀하신 내용을 코드로 한번 작성해보시겠어요?”로 돌아왔다. 당연한거지만 라이브 코딩은 처음이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면접 직전까지 교내근로에서 파이썬하다 왔더니 기본적인 자바스크립트 메소드들도 헷갈리더라. 웃으시면서 검색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래서 더 긴장됐다. 라이브 코딩을 조진것 외에는 기분 좋은 인터뷰였다.

🙋 왜 이런 코드를 작성하셨나요?
~~한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해 @@한 방법으로 개선해보았습니다!

🙋 어 제 생각엔 그렇게 하면 ##한 문제가 생길것 같은데, 이 점은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를 사용해서 코드를 작성해볼 수 있을것 같아요.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규진님이 했던 고민을 저희 토스팀에서도 이전에 똑같이 한 적이 있어요. 해당 고민의 결과가 저희 슬래시 라이브러리에 오픈소스로 올라와있으니, 규진님께서 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헉.. 감사합니다! (라곤 안했던것같은데 뭐였더라)

면접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게 신기했다. 단순히 인터뷰이를 평가하고 준비한 질문을 하는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재밌는 개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점점 긴장이 풀려 마지막 즈음에는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떠들다 끝났다.

두번째 시간은 토인슈에서 같이 일하게 될 백엔드 개발자분이 인터뷰어로 들어오셨다. 같이 일하게 될 동료로서 궁금한 것들을 여쭈어보셨다. 세오스와 고스락에서 여러 서비스를 만들었던 과정을 많이 궁금해하셨다. 여기 블로그에 있는 내용들을 비슷하게 말씀드렸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걸 좋아하는지, 프론트 개발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같이 일하고 싶게 만드는 인터뷰였다. 앞서 1차 인터뷰를 하면서 긴장이 풀린 상태라 그런지, 편안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20분같은) 두 시간의 면접이 끝났다.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내 이야기를 듣고 더 궁금한게 생겨서 또 질문을 하는 느낌을 받았음. 사실은 운이 좋았다. 처음 자기소개를 하면서 백오피스나 어드민 페이지 경험이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었다. 바로 직전에 했던 에그픽 어드민 외주는 기존에 돌아가는 레거시를 새 기술과 더 나은 사용성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였다. 고스락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어드민이 있었고, 심지어 두둥에서는 어드민 기능을 한층 강화했던 프로젝트였다. 현재 회사의 상황과 비슷하게 엮인 포트폴리오였다. 기획 요건 정의와 UI 디자인까지 내가 도맡아 했다는 점도 퍼즐처럼 잘 맞아 떨어졌다.

합류

그 사이에 토스뱅크를 지원했고 삼일만에 서류에서 잘렸다. Next챌린지는 과제에서 떨어졌다. 마지막 토스인슈어런스에서 면접을 본지 정확히 일주일 뒤에 합격 전화가 왔다. 합격 소식은 전화로 직접 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며칠동안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더니 피곤했다. 방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왔다. 합격이다! 싶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수 있게 되었고, 입사일은 삼주 뒤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라고 하심. 딱 그때 나트랑 가족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비행기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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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에 처음 출근했다. 제작년 토인슈 개발팀이 코어로 이동한 이후 처음으로 다시 생긴 프론트 개발자였다. 때문에 토스코어의 프론트 챕터와 (물리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코어에서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매주 화,목요일마다 코어로 이동해 옆에서 많이 배웠고, 프론트 챕터 소모임 위클리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코드리뷰도 코어의 두분이 전담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토인슈에서 Frontend Developer Assistant 라는 이름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본다.

  • 일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어시스턴트라는 제한된 권한을 가진 형태로 들어와 정보 열람이나 온보딩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변 동료들이 본인 일처럼 도와주었다. 덕분에 빠르게 해결해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발적으로도 환경이 정말 잘 되어있다. TDS 덕분에 디자이너가 없는 상황에도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었다. 사내 프론트 라이브러리도 쓸만하다. 러프한 문서화가 약간은 아쉬운 포인트.
  • 그치만 어시스턴트라고 크게 다를건 없었다. 일반 임직원과 다른점은, 회사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어시스턴트한테는 없다는 것. 그리고 아직 삼개월 아르바이트일 뿐이라는 심리적인 보호막을 칠 수 있었다는 것.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지만, 토스에 계속 있고 싶다면 단점이 되겠다. 주인의식과 책임을 갖고 팀의 목표를 추구하는게 우선이라나.
  • 이런 코드리뷰는 처음 받아본다. 더 나은 설계에 대해 토론을 하고 추상화와 선언적인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개발자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그걸 존중해주지만, 토스에서 전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동일한 것 같다. 코드리뷰를 통해서 한달 사이에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 회사로 출근하면 가장 처음 마주치는 커뮤니티 팀과 커싸 바리스타분들이 항상 밝게 인사해주시는데, 매일 피곤에 쩔어서 인사하는 내가 죄송스러울 정도. 커피사일로와 사내 편의점도 진짜 최고다. 매일 다른 유부초밥과 오늘의 커피 먹으러 출근한다. 한타 커싸에는 카카오라떼와 홍시 스무디가 맛있고, 아크 커싸에는 그릭요거트와 복쿠르트가 맛있다. 아, 또 먹고 싶다.
  •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와, 확신을 갖고 일하는 동료들이 멋있었다! 사실 토스에 기대하던 개발 커뮤니티와는 약간 동떨어져있는 계열사에서 일하는게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한달간 일해보니 그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이 보였다. 회사의 히스토리와 현재 어떤일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들었다. 보험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지금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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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진B

처음 어시스턴트로 공고를 올릴 때부터 전환을 염두에 둔 자리라 듣기는 했다. 그래도 진짜 시켜주기 전까지는 모르는거니까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심 기대함. 삼개월 계약이 절반 정도 지났을때 계약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이었다.

계약 전환을 위해 인터뷰 프로세스를 또 거쳐야 한다. 원래 정규직 채용을 할때 직무인터뷰 이후에 컬쳐핏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는데, 그때 안했던 컬쳐핏 인터뷰를 지금 하는 느낌. 팀 안에서 직접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보통 채용 때 하는 컬쳐핏과는 약간 다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코어의 개발자 리드가 아니라 인슈 리더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어서,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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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규진B가 되었답니다. Assistant라는 꼬리가 빠졌다는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변한건 거의 없다. 어차피 다음날 그대로 출근해야 함. 월급이 조금 올랐고, 한달에 하루씩 생기던 연차 제도가 바뀌고. 임시 출입증으로 들락하던 회사를 이젠 법카로 찍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토스의 슬랙과 노션 채널에 권한이 생겼다.

후드티와 스티커세트 등이 담겨 있는 온보딩 키트와 명함을 받았고, 추석 연휴 이후 화요일에는 다른 정규 입사자들과 함께 온보딩을 했다. toss.im 이메일이 나올거고 새 맥북도 받을 예정. 두달 전에 16인치로 골랐다가 약간 후회했던지라 14인치로 다시 신청했다. 실물로 손에 들어오는게 있어야 어느정도 실감이 난다.

처음 어시스턴트에 합격했을땐 이게 취업이라는 생각을 일절 안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했음. 그 때문인지, 보통 취뽀했을때 느끼는 해방감이나 기쁨을 별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처음 입사해서 팀원들과 밥먹고 커피마시면서 “합격하고 뭐했어요? 해외여행 이런거 다녀왔어요?” 하는 질문에, 어.. 음.. 그러게요.. 락페다녀왔어요. 라고 했던것 같은데.

조금 더 많은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까 너무 자랑처럼 느껴져서 말을 줄이게 된다. 지금까지 자랑 길~게 다 해놨으면서 무슨. 생각나는 것들 몇개만 적고 마무리.

  • 아침에 기숙사에서 나와 자유인들, 홍문관, 푸르지오 상가를 지나서 홍입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씻으면서 그날 출근길에 들을 노래를 고르는데, 그 날 기분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어제는 이리카페에서 새로운 노래를 들었다. 오늘 출근길에는 그 밴드의 노래를 들으면서 갔다. 오월오일과 불고기디스코. 그리고 막 나온 로꼬의 새 앨범. 개발자를 그만하게 되는 날에는 카페하고 싶어졌다.
  • 취준에 대한 스트레스를 남들에 비해서 덜 느꼈다는거도 감사하다. 지난 1-2년간 노력했던 것들이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당시의 목표를 위해서 한것이라는게 토스의 핏과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딱 내가 취준을 시작하려고 할때에 토인슈가 특정한 장점을 가진 개발자를 원하고 있었고, 서류와 인터뷰를 통해 본 지원자 중에 내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가 단기적인 자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만든 자리였다는 것. 만약에 당근을 붙었더라면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하다!
  • 묵혀뒀던 글을 올리기 직전 덧붙이는 한 문단. 저번주에 입사 후 일주일 정도 온보딩 세션을 여럿 들었다. 스스로가 만든 문화와 역사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기에 멋을 느끼고 공감하는 사람들만 채용되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확실히 느껴진다. 그 예로, 정부재난지원금 이슈가 처음 생겼을때 금요일에 누군가가 갑자기 아이디어를 내고, 곧바로 길드를 만들고, 여러사람이 달라붙어 일요일에 런칭을 했다는 이야기를 일주일동안 세번정도 들은 듯. 근데 이런 느낌을 단지 온보딩 세션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심심할때 팀 슬랙의 여러 채널을 주룩 살펴보는데, 멋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product 채널에서는 자기 팀이 만들어낸 서비스를 자랑하는 글을 일주일에 몇개씩 볼 수 있고, #ideas 채널에서는 토스 앱을 사용하다가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팀의 서비스여도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확실히 나보다는 멋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토스팀에서 이사람들과 같이 일할때 적어도 가랑이는 찢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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